일단 초두에 말해두자면 스포주의! 비판성 글 주의! 취향존중 주의!
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나는 이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
이 소설을 재밌게 읽은 사람이고 소설에 대해 긍정적인 리뷰만 보고 싶은 분이라면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15만 부가 팔린 책이라서 그런가 제목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어쩌다가 책을 읽어야 할 일(챌린저스..)도 생기고 마침 내가 종종 가는 시설에 9월 도서로 들어와 있어서 읽게 되었다.
오랜만에 종이책을 읽어보자! 라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짧게 나누어진 글, 복잡하지 않아 보이는 스토리라인, 번역책이 아닌 한국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이었다.
아, 또, 마침 내가 중간을 폈을 때 문장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다.
" 구가 내 손을 놓았다.
구가 내 손을 놓는 순간 나는 정말 더러워지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지어낸 소문을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 같았고 우리가 다정하게 지낸 시간들이 범죄 같았고 그들의 야유에 굴복하는 것 같았다. 사나운 사람으로 득실거리는 광장 한가운데 내팽개쳐진 벌거숭이가 된 것처럼 외롭고 무서워서 , 화가 났다."
왕따를 당해보거나 했으면, 사회에서 내몰려본 적 있으면, 믿었던 누군가가, 둘의 사이만의 무언가가 있었지만 그게 상대에 의해서 사회에 의해서, 상대에 의해서 부정당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묘하게 끌릴만한 그런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제목 때문에 sf소설이거나 조금 더 철학적인 소설일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꽤 빨리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구"가 동그란 구가 아닌 캐릭터 이름이었다.
이 책은 주인공인 "구"와 "담이"의 시시콜콜한 연애, 인생 스토리 소설이다.
초중반엔 게이소설인가 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다.
주인공인 담이와 구가 서로 좋아하는 사이로 나오는데 어린 시절 둘이 어울리는걸 또래 아이들이 나쁘게 보고 괴롭혔으며
구는 남자라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담이도 남자인가? 하고 생각했었다.
(오해할까 봐 적는데 나는 살면서 게이소설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동성애 포함 모든 사랑을 지지한다.)
그런데 담이는 여자였다.
솔직히 둘이 사귄다고 또래아이들이 괴롭힌 건 뭔가.. 싶다.
초등학생이 같은 학년에서 이성교제든 뭐든 한다고 그렇게까지 따돌리나?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말이다.
내가 수많은 따돌림을 목격하고 나도 당해봤지만 초등학생이 같은 학년끼리 연애한다고 따돌림당하는 건 본 적이 없다.
물론, 이건 내가 겪지 않았다고 없는 일은 아닐 테지만...... 개연성이 좀 없다고 느꼈다.
일단 여기서 공감이 가지 않았다. 아니, 사실 그전부터 공감이 안 갔다.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구가 8살 때 담이를 만났고 9살 때부터 담이를 괴롭혔다.
가방을 뺏고, 머리를 잡아당기고, 실내화를 집어던지고 발로 차고. 그런데 담이는 그게 싫지 않았단다. ㅋㅋ..
여러 번 울기까지 했는데 말이다.
담이가 우는 걸 보고 구는 그만뒀다고 한다. 꼭 "담이를 좋아해서 괴롭혔어요" 같은 전형적인 말도 안 되는 소리같이 말이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이상하게도" 친하게 지내게 됐고
앞서 말한 아이들의 따돌림과 사건으로 또 떨어져 지내다가
또다시 만나 잘 지낸다.
중학생 졸업하자마자 (담이를 키워주시는) 이모의 조언을 무시하고 성관계까지 한다.(ㅋㅋㅋ)
그렇게 둘이 성관계까지 하는 사이인 채로 잘 지낸다. 사귀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확실히 대답은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부모님 빚 때문에 살기 팍팍한 구는 고등학생 때 공장에서 일하고
구와 담이는 거기서 만난 어린이와 친해진다.
그리고 그 어린이가 교통사고 당해서 죽는다.
그 일에 대한 충격으로 구와 담이는 사이가 좀 멀어지는데 그 와중에 구는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30살 이혼녀랑 동거하면서 연인이 된다.
거의 바람피우는 수준이었다.
담이는 그 사실을 알고 충격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를 기다린다(?)
담이를 돌봐주던 이모가 돌아가시고 구도 충격을 받는다. 군 복무를 마친 구.
더 미래에 구와 담이는 다시 만나고 담이의 제안으로 같이 산다(???)
부모님의 빚 때문에 허덕이는 구는 담이와 힘들게 살다가 죽는다.
죽은 구의 시체를 담이는 집으로 가져가 먹는다.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일 것이다.
솔직히 진짜 별로인 책이었다.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면 작가의 필력이 좋아서 유명한 책인 것 같다.
필력이 좋다고 쳐도 내용이 너무 구려서 몰입이 안된다.
굳이 넣었어야 하는 성관계 씬부터 구의 무식하고 어이없는 행동들,
결국 돌아보면 모든 것이 담이의 노력으로 계속되었던 구와의 인연이 너무 더럽고 구질구질하다.
이쯤 되면 담이는 순애보 박애주의자인지 아니면 집착녀인 건지 모르겠을 정도다.
이런 게 바로 지팔지꼰인가?(지 팔자 지가 꼰다의 줄임말)
어쩌면 이 소설은 불우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의 연애사를 그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의도가 그런 거라면 그것대로 기분 나쁘다.
아동기부터 일그러진 애정의 방향성과 더 좋아지지 않는 미래 탓에 미화되는 옛 기억으로 서로에게 더 각별한 애정이 생기는..
그렇기 때문에 더 애틋해 보일지 모르는 그런 연애사.
내 시점으로는 불행 포르노 아닌가 싶은 그런 스토리. 그리고 사고방식마저 너무 유치해서 배울 점이 없는 그런 스토리였다.
내가 원래 로맨스물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이 소설의 스토리가 구려서 그런 건지
누군가에게 추천을 절대 안 할 것 같고 누군가와 같이 읽었다면 토론할 거리가 아니라 욕할 것만 잔뜩 남을 그런 소설이었다.
죽음이나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는 사람들의 리뷰도 있는데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이 소설에서 그런 걸 찾으려고 했다가는 뒤틀린 연애관과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자기 연민에 빠지는 사람만 가득할 것 같았다.
내가 볼 땐 담이의 사랑과 구의 사랑의 무게는 한없이 차이가 컸고 구의 입장에서 말하는 많은 말들은 핑계일 뿐 사랑이 아니었다.
외로워서, 의지할 곳이 없어서, 이런 애정을 다른 곳에선 받지 못하니까. 그래서 담이를 좋아한다고 믿는 것 같았다.
내 눈에 구는 단 한 번도 담이를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다.
인생 망한 인성 파탄인 사람을 혼자 너무 사랑하면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 소설인가? 싶기도 ㅋㅋ
챌린저스 독서인증 한다고 읽은 책인데 시간낭비한 기분이다.
이상으로 구의 증명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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